• 2017.12
    제49호
    • 발행인:  신현목
    • 편집인:  조재열, 이서연
    • 발행처:  토목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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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문기고 > 오뜨루뜨 (Haute Route) 트레킹
오뜨루뜨 (Haute Route) 트레킹
7/8/2015 (): 아침 6시 반에 기상하여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과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8시에 산장을 출발하였다. 알펜로제 산장 요금이 첫날 김치찌개까지 포함해서 2박에 119 유로니까 싼 편이다. 다시 산장에서 준 공짜 패스로 2번 버스를 타고 Chamonix Sud까지 가서 1번 버스로 갈아타고 848분에 르뚜르(Le Tour)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다시 1인당 22.5 유로를 주고 (Half Price Pass 사용) 곤돌라와 스키 리프트를 타고 발므 고개(Col de Balme) 근처까지 올라갔다. 올라오면서 보니 르뚜르에서 발므 고개를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는 첫날부터 탈 것이 있으면 무조건 탄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리프트 종점에 도착하니 바람도 불고 빗방울도 떨어지고 구름 속이라 시야가 매우 안 좋았지만 야생화는 지천이다.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배낭 커버도 씌우고 약 15 분 정도 걸어서 발므 산장에 도착하였다. 멋모르고 배낭 메고 스틱 든 채로 산장 안으로 들어갔더니 산장 할머니가 불어로 뭐라고 한다. 옆에 있는 사람이 배낭과 스틱은 밖에 두고 오라는 거라고 영어로 통역을 해준다. 나중에 알았지만 대부분의 산장 출입구에는 스틱과 등산화를 보관하는 곳이 있어서 거기다 두고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가는 것이 산장에서의 예의다. 우리는 이 산장에 머물 것이 아니므로 밖으로 나와서 사진도 찍고 뜨리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 마침 뜨리엥에서 올라오는 한국 아저씨들을 만났다. 이 분들은 몽블랑 둘레길(Tour de Mont Blanc; TMB)을 걷는 분들로 오늘 마지막으로 뜨리엥에서 샤모니까지 걷고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오뜨루뜨 처음 이틀 정도가 TMB 마지막 부분과 겹치기 때문이다. 발므 고개에서 뜨리엥으로 내려가는 길은 TMB의 일부이기 때문에 길도 아주 좋고,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발므 고개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에 위치하지만, 이 곳이 국경이라는 아무런 표시도 없다. 한참을 내려가고 있는데, 아까 만났던 한국 아저씨들 중 두 명이 헐레벌떡 다시 내려오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찍은 사진이 들어있는 휴대폰 메모리 카드를 잃어버려서 찾으러 내려왔단다. , 이 사람들 잔솔밭에서 바늘 찾기지 그 조그만 메모리 카드를 어디서 찾겠다는 거냐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저 밑에서 한 사람이 , 찾았다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가봤더니 진짜 메모리 카드를 휴대폰에 끼우고 있는 게 아닌가. 자기가 올라오면서 쉬던 곳에서 휴대폰을 만진 기억이 있어서 거기를 샅샅이 찾아보니 있더라고 한다. 정말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기뻤다. 내가 대학생 때 덕유산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텐트 걷고 배낭 싸던 곳에 두고 온 기억이 또렷해서 그 다음 주에 다시 가봤는데 못 찾았던 기억이 났다. 결국은 어떤 여자가 주워서 지갑 속의 돈은 쓰고 (몇 푼 되지도 않았지만) 증명서만 집으로 부쳐주어서 고마워 했었다. 발므 고개에서 뜨리엥 내려가는 길은 처음에는 회전 반경이 크게 구불구불 내려가다가 숲 속으로 들어가면서 경사가 급한 지그재그 길을 내려간다. 10시에 발므 고개를 출발하여 1230분에 르퍼티(Le Peuty)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니 큰 나무 십자가가 있고 캠핑장도 있다. 스위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십자가가 정말 많다. 마을 어귀, 산봉우리, 연못 한가운데, 사람들의 눈길이 닿을 만한 곳에는 수도 없이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루터와 함께 종교개혁의 또 다른 전선을 형성했던 쯔빙글리(Zwingli)의 나라답다. 그래서 스위스 국기도 빨간 바탕에 하얀 십자가인가? 다시 20분 정도 걸어서 뜨리엥에 도착, 숙소에 들어가니 아직 체크인이 안 된다. 2시 반까지 로비에서 기다렸다가 2층에 있는 4인실 방을 배정받아 올라갔는데, 다른 사람이 없어서 우리 둘이 사용하였다. 저녁과 아침 식사 포함 83 프랑/. 먹을 것을 좀 사려고 가게가 있나 동네를 한 바퀴 돌았지만 아무 것도 없다. 예쁘게 생긴 교회가 있어서 사진도 찍고 안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돌아왔다. 카운터 직원에게 부탁해서 내일 숙소를 예약하였다. 저녁 식사는 야채 샐러드, 닭고기 스튜, , 그리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스위스 사람들도 저녁에는 빵보다 밥을 더 자주 먹는 것 같다. 물론 끈기 없는 쌀로 지어서 우리 밥처럼 맛은 없지만. 산장에서 주는 저녁 식사는 닭고기가 가장 많았다. 도대체 들판에서 방목하는 소떼, 양떼는 다 어디 간 거야? 저녁 식사 때 TMB를 하는 한국인 단체를 보았다. 그 후로 오뜨루뜨 내내 한국 사람은 물론이고 동양 사람을 한 번도 못 만났다.


<발므 고개에서 뜨리엥 내려가는 길>



<에귀디뚜르(Aiguille du Tour)와 그랑 빙하(Glacier des Grands)를 배경으로 한 뜨리엥 교회>

7/9/2015 (): 6시 기상, 산장에서 주는 가벼운 아침 식사를 무겁게 하고 (많이 먹고) 뜨리엥을 출발하였다. 샴페(Champex)까지 아르페트 고개(Fenêtre d’Arpette)를 넘어가면 14 km이고 알프 보빈(Alp Bovine)을 거쳐서 가면 16 km인데, 전자는 2,665 m까지 올라가고 후자는 2,040 m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거리가 좀 길더라도 후자를 택하였다. 그리고 후자가 TMB 코스이기 때문에 길도 더 좋고 이 길을 거꾸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730분에 뜨리엥에서 포크라즈 고개(Col de la Forclaz)까지 가는 Postbus가 있다고 해서 우체국 앞에 가서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 와서 5분쯤 기다리다가 걸어서 올라갔다. 8시 반에 포크라즈 고개 도착, 잠시 쉬었다가 850분에 출발하여 1120분에 알프 보빈에 도착하였다. 큰 집과 창고, 축사 등 건물이 몇 채 있는데, 집 안에 들어가보니 음료수와 간식을 팔고 날씨가 나쁠 때는 대피소로도 사용하는 것 같았다. 앞마당에 피크닉 테이블이 몇 개 있어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여기도 어김 없이 앞마당에 십자가가 있다. 12시에 알프 보빈을 출발하여 2시간 정도 급경사 길을 내려오니 넓은 길이 나타났다. 찻길이 나오고 조그만 가게가 있어서 샴페 다 왔는지 알았는데, 가게 아가씨에게 물어보니까 프랑 드 루(Plan de l’eau)라고 했다. 샴페까지는 한참 더 가야 한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고 숲길과 도로가 섞인 길을 한참 더 걸어서 415분에 샴페에 도착하였다. 숙소는 Pension en plein air. 석식, 조식 포함 67 프랑/. 샴페는 제법 큰 마을이다. TMB 상에 있기 때문에 사람도 많다. 수퍼에 가서 장도 보고, 빵집에 들러서 빵도 사고. 오늘도 저녁은 닭고기다. 해가 기니까 아직 환한데 잠자리에 든다.


앞마당의 십자가>

7/10/2015 (): 오늘 일정은 셈브랜셔(Sembrancher)를 거쳐서 르샤블(Le Châble)까지 가는 것이다. 전 구간을 버스와 기차로 갈 수도 있지만 셈브랜셔까지는 걸어가고 나머지는 기차를 타기로 하였다. 르샤블은 큰 마을이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하지 않으려 했는데,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스마트폰으로 hotels.com에 들어갔다가 Hotel de La Poste를 예약하였다. 그런데 이게 비극의 시작일 줄이야? 7시에 숙소에서 주는 아침 먹고 짐 챙겨서 8시에 느긋하게 출발. 빵집에 들러서 샌드위치도 사고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가니 마을 끝부분에 샴페 호수가 나타난다. 호숫가에는 빨강, 노랑 패들 보트도 있고 앞에 보이는 산과 나무가 호수에 비쳐서 정말 아름답다. 오늘 걷는 길은 산길이 아니고 농촌 마을을 지나는 길이다. 표지판에는 2시간 15분이었으나, 3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셈브랜셔에 도착. 식수대가 있는 벤치에 앉아 아침에 산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교회 앞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면서 느긋하게 동네 구경을 하고, 12:38분 기차로 르샤블로 갔다. 물어 물어 La Poste 호텔을 찾아 갔는데, 황당하게도 예약이 잘못되어 있었다. 르샤블이 아니라 리기스(Riggis)라는 엉뚱한 지역에 동일한 호텔 명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호텔 종업원이 그 호텔로 전화를 해서 환불이 되는지 알아봤으나, 이미 너무 늦어서 85프랑을 날렸다. 더 황당한 것은 산악 마라톤 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르샤블에는 전혀 빈 방이 없다는 것이었다. ‘It’s embarrassing’을 연발하면서 역에 있는 여행 안내소로 가서 의논한 결과, 내일 가기로 했던 몽포트(Mont Fort) 산장까지 가기로 하고 산장을 예약하였다. 르샤블에서 1인당 20프랑씩 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베르비에(Verbier)를 거쳐서 레뤼넷(Les Ruinettes)까지 가니 245분이 되었다. 이 케이블카는 private이기 때문에 할인이 안됐다. 안내판에는 몽포트까지 1시간 15분 걸린다고 되어 있지만, 수로를 따라 걷다가 농장을 지나고 겨울에만 운행하는 케이블카 정류장도 지나고 마지막에 치고 올라가는 길을 힘겹게 걸어서 산장에 도착하니 4시 반이다. 스위스나 영국 알파인 클럽 회원이냐고 해서 아니라고 했더니 1인당 75프랑씩 150프랑을 내란다. Room 9을 배정받아 들어가니 양쪽에 2층 침대가 하나씩 있는데, 오늘은 사람이 없어서 우리 둘만 사용하게 되어서 좋았다. 샤워는 8프랑을 주고 코인을 사서 넣으면 4분간 온수가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물 나오는 시간만 카운트 되니까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행 중에 황당하고 엄청 짜증나는 일이 발생해서 돈도 손해보고 신경질이 났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오늘 숙소를 잡아 들어와서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어쨌든 이틀 일정을 하루에 마치게 되어서 앞으로의 여정이 좀 여유로워 질 것 같다.

 

<샴페 호수>



<레뤼넷에서 몽포트 산장 가는 길>

7/11/2015 (): 오늘은 쁘라플레우리(Prafleuri) 산장까지 가는 날이다. 테르민 고개(Col Termin)를 넘어가는 길과 쇼 고개(Col de la Chaux)를 넘어가는 길이 있는데, 쇼 고개가 300 미터 정도 더 높지만 거리가 4 킬로나 짧기 때문에 쇼 고개를 넘어가기로 하였다. 6시 기상, 식사하고 720분에 산장을 출발하였다. 815분 자시안느 고개(Col des Gentianes) 갈림길을 통과하고, 눈과 너덜지대가 섞인 길을 계속 올라가서, 915분 쇼 고개에 도착하였다. 흰색 2줄 사이에 파란색 한 줄이 들어가 있는 사인이 잘 되어 있다. 고개를 내려가서 테르민 고개에서 오는 길과 합류되는 지점에 도착하니 1040분이다. 예쁜 호수가 있어서 미숫가루 타먹으면서 잠시 휴식. 다시 너덜지대로 이루어진 가파른 길을 올라서 1135분에 루비에 고개(Col de Louvie)에 도착하였다. 테르민 고개로 온 외국인 단체는 여기서 점심을 먹는 듯. 우리는 고개를 내려와서 다시 눈과 너덜지대로 된 빙하계곡을 통과하여 징검다리가 있는 호수를 지나 1240분쯤 치즈 바게트 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또 다시 계속되는 너덜지대를 끊임없이 오르고 올라 출발 후 8시간이 지난 오후 310분에 쁘라플레우리 고개에 도착하였다. 고갯마루에서 한참을 쉬다가 다시 힘을 내어 산장으로 내려오니 4시 반이다. 전체 거리는 10 킬로밖에 되지 않지만 너덜지대로 된 3000 미터 가까운 고개를 3개나 넘으니까 무척 힘든 하루였다. 쁘라플레우리 산장은 군대 내무반처럼 양쪽에 매트리스가 깔린 마루가 있고 양쪽에 10명씩 누워서 자게 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의 숙소를 독일어로 matratzenlager라고 한다. 샤워실이 (물론 유료) 하나밖에 없고 물도 사먹어야 해서 불편하였다. 숙박은 아침, 저녁 포함 1인당 70프랑이었다. 밤에 옆에 누운 뚱보가 어찌나 코를 고는지 머리를 발치 쪽으로 두고 반대로 누워서 잤다.


<쇼 고개에서 루비에 고개 가는 길에 보이는 꼼빈(Combin) 산군>

 

서경덕
34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